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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만들 때 꼭 나오는 그 말. ‘그냥 깔끔하게 해주세요’의 진짜 뜻
- Magazine
- 2025.06.04

“그냥 깔끔하게요”라는 주문이 왔다
홈페이지 제작 요청을 받으면 유독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디자인은요… 그냥 깔끔하게 해주세요.”
어떤 클라이언트는 첫 미팅에서도, 또 어떤 클라이언트는 시안 다 나온 뒤에 다시 한번 이 말을 꺼냅니다.
문제는, 이 말이 너무 친숙한데 너무 불분명하다는 거죠. ‘깔끔하다’는 말은 마치 “맛있게 해주세요”와 같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상태지만, 구체적으로는 모두 다르게 받아들이죠.
어떤 사람에게는 흰 배경에 심플한 텍스트가 깔끔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블랙+골드 컬러에 정렬된 박스 구성이 ‘고급스럽고 깔끔한’ 느낌일 수 있습니다.
깔끔한 게 뭐예요? 진짜 몰라서 묻는 게 아닙니다
디자이너가 “혹시 원하시는 느낌의 예시나 사이트가 있을까요?”라고 묻는 건 단순히 참고할 자료를 달라는 게 아닙니다.
‘깔끔함’이라는 말 속에 숨어 있는 개인의 취향, 업종의 분위기, 시장의 기대치를 찾아내려는 작은 심리 인터뷰에 가깝습니다.
“깔끔하게”는 사실 “지저분하지 않게 해달라”는 말이라기보단, “너무 튀지 않고 무난하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느낌으로 해달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 안에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너무 과감하면 리스크가 클 것 같고, 무난한 쪽이 안전하다는 심리가 담겨 있죠.
그 마음을 읽지 못하면, ‘깔끔한데 마음에 안 드는 시안’이 나오게 됩니다.
‘깔끔’은 느낌이 아니라 구조다
진짜 깔끔한 디자인은 대부분 정보 구조가 잘 정리되어 있는 경우입니다.
텍스트는 분량보다 톤이 중요하고, 이미지는 개수보다 품질이 중요합니다.
폰트는 몇 포인트냐보다 행간이, 컬러는 무엇이냐보다 대비가 더 중요합니다.
“깔끔하게 해달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어쩌면 ‘내가 이걸 보면서 복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감정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말합니다. “깔끔하게는 가능하지만, 컨텐츠가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정돈되지 않은 기획서, 중복되는 메시지, 목적 없는 이미지가 쌓이면 아무리 깔끔한 디자인을 씌워도, 결국 '복잡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소통의의 벽을 넘으려면
디자인 요청자와 디자이너의 대화에는 늘 해석이 필요합니다.
“좀 있어 보이게”
“요즘 느낌 나게”
“고급스럽고, 젊고, 밝은데 무게감도 있는 느낌”
이런 말들은 한두 번 들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럴 땐 ‘감정의 단어’를 ‘행동의 언어’로 바꿔야 합니다.
“있어 보이게” → “정렬감 있게 배치하고 고해상도 이미지를 사용한다”
“요즘 느낌” → “여백이 충분하고, 라운딩된 카드형 UI를 쓴다”
“고급스러운데 무겁진 않게” → “톤다운 컬러를 쓰되, 타이포는 가볍게 정리한다”
이렇게 바꾸면 디자이너도 방향을 잡을 수 있고, 클라이언트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깔끔한 건 결국 ‘신뢰’의 말
결국 “그냥 깔끔하게 해주세요”라는 말은 디자이너에게 보내는 신뢰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복잡하게 설명하긴 어려운데, 당신이 잘 정리해주겠죠?”
그 마음을 이해한다면, ‘깔끔’이라는 단어에 짜증보다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디자이너 입장에선 한숨 나오는 말이지만, 그 한마디 속에서 방향을 잡고, 보이지 않는 니즈를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이 일을 사람과 함께 하는 이유 아닐까요?
© 글,그림 : 커션핫 (caution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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